새해 목표로 ‘영어회화 정복!’ 다들 야심 차게 다짐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이상하게 토익 점수는 오르고, 수능 때보다 단어도 더 많이 외운 것 같은데 왜 외국인 앞에만 서면 입이 얼어붙을까요? 혹시 우리의 노력이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오늘은 많은 분들이 영어회화 공부를 하며 빠지는 함정, 그리고 진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유창성(Fluency)’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우리가 파고 있던 우물이 혹시 잘못된 우물은 아니었는지, 한번 같이 점검해봐요.

왜 유창성(Fluency)이 먼저일까요?
“영어회화 학습의 1순위 목표는 Fluency 향상이다.”
제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창성, 즉 Fluency란 ‘영어로 문장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는가’ 하는 ‘속도’를 의미해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할 때, 한 문장 한 문장 문법적 완벽성을 따지면서 말하나요? 아니죠! 일단 하고 싶은 말을 빠르게 전달하는 게 우선입니다.
영어회화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발음이 좋아도, 한마디 하는데 3초 이상 걸린다면 원활한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막힘없이 술술 내뱉는다면, 소통은 훨씬 즐거워지죠. 3개월을 공부했는데도 말하는 속도가 전혀 늘지 않았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당장 멈춰야 할 영어 공부법 ①: 완벽한 발음 집착
많은 분들이 ‘원어민 같은 발음’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발음이 좋으면 좋죠. 하지만 이게 유창성 향상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정말 많답니다.
### 유창성과 발음은 별개의 문제예요!
리코더를 배운다고 상상해볼까요? 한 음 한 음 아주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건 ‘좋은 발음’과 같아요. 반면, 소리는 조금 깨지고 투박하더라도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여서 동요 한 곡을 끊김 없이 연주하는 건 ‘유창성’이죠. 어떤 게 먼저일까요? 당연히 한 곡을 연주하는 능력이 먼저입니다.
영어회화도 똑같습니다. 발음과 유창성의 상관관계는 거의 0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해요.
### 우리에겐 ‘소통’ 가능한 발음이면 충분해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님의 영어 연설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의 발음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국식, 영국식 발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식 억양이 꽤 묻어나는 편이죠. 하지만 그의 유창성은요? 100%에 가깝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떤 복잡한 주제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자신의 의견을 펼쳐요. 발음이 아닌 완벽한 유창성이 그를 세계적인 리더의 자리에서 소통하게 만든 겁니다.
반대로 영어 스터디에 가면 발음은 정말 좋은데, 정작 간단한 문장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발음은 좋지만 유창성이 떨어지니,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죠.
### 그럼 발음 공부는 언제 할까요?
물론 발음 공부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explain’을 ‘엑스플라이니?’처럼 상대방이 아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잘못 발음하고 있다면 그건 교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이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발음 교정은 유창성이 어느 정도 붙고 난 후에 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지금 내 모든 시간을 발음 교정에 쏟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10년을 그렇게 한들, 영어로 자유롭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당장 멈춰야 할 영어 공부법 ②: 문법 지식 다시 파기
“아니, 발음은 그렇다 쳐도 문법 없이 어떻게 말을 해요?!” 라고 생각하셨죠? 맞아요, 문법은 문장을 만드는 뼈대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스피킹에 필요한 문법은 이미 충분히, 아니 과할 정도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 우리는 이미 문법을 ‘알고’ 있어요
우리는 학창 시절에 현재완료, 과거완료, 가정법, 분사구문 등 정말 어려운 문법까지 다 배웠습니다. 우리가 말을 못 하는 게 정말 ‘as ~ as (~만큼)’ 용법을 몰라서일까요?
다음 문장을 한번 최대한 빨리 영어로 말해보세요. “인간은 결코 호랑이만큼 빠르게 달릴 수 없다.”
아마 “A human being can never run as fast as a tiger.” 라고 바로 튀어나오기보다 “음… A human… can’t run… as… fast…” 하고 머뭇거렸을 가능성이 높아요. 문법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을 0.5초 안에 꺼내 쓰는 ‘활용 능력’의 문제인 겁니다.
### 정확성(Accuracy) vs. 유창성(Fluency)
여기 극단적인 두 가지 예시가 있어요. 어떤 사람과 대화하고 싶으신가요?
A) I have…. as… much.. money as… you.. have. (정확하지만, 3초 걸림) B) I has as many money you has. (문법은 틀렸지만, 0.3초 걸림)
대부분의 사람들은 B와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낄 겁니다. 일단 무슨 말이든 빨리 내뱉는 게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문법적으로 완벽한 A가 아니라, 좀 틀리더라도 속도감 있는 B가 되어야 합니다.
### ‘틀릴까 봐’는 진짜 이유가 아니에요
“문법 틀릴까 봐 말을 못 하겠어요”는 많은 분들이 꼽는 이유지만, 이건 영어를 못하는 이유라기보다 영어를 두려워하는 이유에 더 가깝습니다. 문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유창하게 말이 술술 나올까요? 절대 아닙니다. 여전히 버벅댈 거예요.
우리가 부족한 건 문법적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바탕으로 문장을 빠르게 조립해내는 ‘엔진’ 그 자체입니다. 현재완료 시제를 정확히 쓰는 것도 좋지만, 일단 과거 시제로라도 빠르게 문장을 내뱉는 유창성을 먼저 기르는 게 훨씬 중요해요. 정확성은 그 후에 다듬어도 충분합니다. ^^
결론적으로, 우리가 영어회화 실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면, 잠시 완벽한 발음과 문법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신, 조금 틀리더라도, 억양이 어색하더라도, 내가 아는 단어와 문법을 총동원해서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 내뱉는 훈련에 집중해야 해요.
그렇다면 이 중요한 ‘유창성’을 직접적으로 키우는 훈련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포스팅에서 아주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완벽함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일단 내뱉는 연습부터 우리 함께 시작해봐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