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독일에서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학 생활을 하며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라즈베리입니다. 😊 오늘은 정말이지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10주 차 이야기, 특히 밤샘 자바 프로젝트와 머리 싸매는 영어 발표 준비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드리려고 해요.

마흔살

마흔, 독일 대학 생활의 파도타기: 자바와 영어 발표 사이에서

정말이지 쉴 틈이 없다는 말이 딱 맞아요. 과제 하나가 끝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과제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요. 이번 학기에는 단 세 과목만 듣는데도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랍니다.

밤샘 자바 프로젝트: 애증의 객체 지향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가 끼었던 2주간의 방학, 정말 찐하게 놀 수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현실은 매일 밤 아이가 잠든 후, 밤 9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자바 프로젝트와 씨름하는 시간이었어요. 약 2주 정도 꼬박 매달렸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게임의 큰 틀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여기저기서 자잘한 문제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마치 땜질하듯 수습하는 데 시간을 꽤 보냈답니다. 어느 정도 게임이 돌아간다 싶어 소스 코드를 찬찬히 뜯어보니, 아뿔싸! 자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사용성(Reusability)추상화(Abstraction)캡슐화(Encapsulation)상속(Inheritance)다형성(Polymorphism) 같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OOP)의 특징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거예요. 😱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소스들을 재배치하고 수정하는 대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잘 돌아가던 코드들이 재배치를 시작하자마자 에러를 뿜어내기 시작했어요. 다시 원상 복구하고, 또 재배치하고… 꼬박 이틀이 걸려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이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니 이제야 자바가 정말 아주 조금, 손톱만큼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뜻밖의 공강, 그리고 밀려오는 영어 발표의 압박

방학이 끝나고 개강하자마자 데이터베이스 교수님께서 베트남으로 3주간 출장을 가셨어요. 덕분에 코로나 기간에 촬영해 두신 강의 영상을 보며 자율 학습을 하게 되었는데요. 교수님께서 날짜별로 끝내야 할 분량을 상세하게 공지해주셨지만, 솔직히 따라가기에도 벅찬 스케줄이라 일단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뤄볼 예정입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불부터 꺼야 하니까요!

교수님의 출장 덕분에 월화수 공강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이 생겼고, 목요일과 금요일만 학교에 가면 되는 여유가 찾아왔어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죠. 하지만 그 여유도 잠시, 다음 주 목요일에 있을 영어 프레젠테ATION 준비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답니다.

영어 발표, 15분의 벽을 넘어서

영어 프레젠테이션 주제는 IT와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했어요. 하지만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무시무시한 조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발표 시간이 정확히 15분이어야 한다는 것! 단 1초라도 부족하면 Fail이라고 하셔서, 안전하게 20분 분량으로 준비하는 것을 권장하시더라고요. 영어로 20분 발표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어요.

발표 날짜 후보가 여러 개 있었는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두 번째로 빠른 날짜를 콕 집었답니다. 그런데 다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날 발표 자리가 순식간에 마감되어 버렸어요.

발표 준비, 미루기의 끝판왕 등극?!

일주일 하고도 3일밖에 남지 않은 프레젠테이션 준비. 왜 이렇게 손에 잡히지 않고 미루고만 싶은 걸까요? 차라리 자바 프로그램을 하나 더 짜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아이디어는 샘솟는데, 손은 왜 안 움직일까?

화요일에는 겨우겨우 큰 틀의 목차를 짜봤어요. 저는 IT와 어린이 코딩 교육을 주제로 발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키워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코딩 교육의 필요성, 전 세계 코딩 교육 사례 (예: 에스토니아의 프로그래밍 교육 의무화, 영국의 Code Club), 코딩 교육이 미래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가지를 뻗어 나갈 예정이에요. * 구체적으로는 어린이들이 코딩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미래 사회의 경쟁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루고 싶었어요.

수요일에는 인트로 부분을 구상해 봤는데요. 제가 약 20년 전, 처음으로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라는 물건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에피소드를 풀면서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IT 기술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시작하려고 해요. 글로 써놓으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아이폰 메모장에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린 게 전부였답니다.

그래도 한 걸음씩: 목차 구성과 인트로 구상

발표가 딱 일주일 남은 목요일 오전, 저는 공강 시간에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다가 수업 직전에야 학교로 돌아왔어요. 지난 10주 가까이 공강 시간마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방학 2주 쉬었다고 그 좋은 패턴을 완전히 잊어버린 거 있죠. 무언가를 습관으로 만든다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 새삼 깨달았어요.

영어 수업에서 얻은 작은 위안과 배움

저녁에는 영어 수업에 갔습니다. 개강 후 첫 수업이었는데, 결석한 친구들이 꽤 많더라고요. 출석률 80% 이상이 필수인 수업인데도 말이죠. 아마 자체적으로 드롭한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 수업은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본문에 빈칸을 채우고,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이야기하며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어요. 정답이 아니더라도 그 이유가 타당하거나 의미가 통하면 선생님께서는 “그럴 수 있다(That could be possible)”고 말씀해주셨죠. 수업 시간이 늦어서 피곤하긴 하지만,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빈칸을 채우면서 ‘이것도 말이 되지 않을까?’, ‘저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고민했던 부분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가졌던 영어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렸답니다. 이게 바로 진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원어민 선생님께 배우는 장점이 이런 거겠죠? ^^

PPT 제작과 대본 작성: 실전 모드 돌입!

금요일, 늦잠 잔 아이와 함께 부랴부랴 학교로 향했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실습실에 도착하니 정말 1분의 여유도 없이 시간이 딱 맞았답니다. 하지만 오늘도 실습 시간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어요. 심지어 같이 과제하는 친구들도 학교에 오지 않았더라고요. (땡큐!)

장표는 거들 뿐, 중요한 건 스피치!

실습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영어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돌입해서,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아직 1차 대본의 틀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어요.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일찍 픽업할까 싶어 어린이집 앱을 확인했더니, 5분 전에 잠들었다는 메시지가 떠 있더라고요. “아이야, 엄마 집에 가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다시 PPT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총 10장으로 구성했고, “어차피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 장표는 그저 보조 수단일 뿐이다!”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진 위주로 채우고 글씨는 최소화했어요.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장표에는 힘을 빼기로 결정했답니다.

쉴 틈 없는 주말의 시작, 그래도 괜찮아

장표도 만들고 대본도 어느 정도 수정하고 나니, 원래 아이를 픽업하기로 했던 시간이 다 되었어요. 아직 할 일이 태산같이 남아있지만, 일단 집으로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이렇게 또 주말 같지 않은 주말이 시작되었네요!

마흔의 도전, 그 끝없는 배움에 대하여

독일에서의 대학 생활은 정말이지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인 것 같아요. 특히 마흔이라는 나이에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전공을 공부한다는 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저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힘을 내봅니다! 다음 주 영어 발표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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